인생은 버티기

인생은 한마디로 한다면 'OOO'이다

LISASHIN 2021. 8. 6. 14:53

나는 아직 인생을 논할만큼 많은 것을 알지도 못하고, 충분히 살지도 못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었던 여러가지 일들을 통해 내가 내린 인생에 대한 애칭(?)이 있다.

'인생은 버티기'

'버티기' ...

왠지 힘들꺼 같고, 무엇인가를 극복해야만 할 것 같은, 여유는 약에 쓸래야 없고, 안좋은 일만 가득할꺼 같은

희망이 다 사라져 버린거 같은 단어...

어렵고 힘든일이 있을때 이런 위로(?)를 건낸다. 

'시간이 해결해 줄꺼야'

정말 시간이 해결해 주긴 하는 걸까?

시간이 해결해 준다기 보다는 시간이 흘러가면 일이 어떤 식으로든 결정된다는 얘기다.

결정된 방향이 좋은 방향일수도 안좋은 방향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사건의 혼란이 조금은 가라앉음에 우리는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다.

 

가끔 나에게 있어서 정말 힘들었던 기억을 되돌아 본다.

내가 어떻게 대처했는지, 어떻게 해결해 왔었는지...

그것에 대한 나의 간단한 답은 '버티기'였다. 

아무 생각 없이 그것에 집중하고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해나갔다. 잘 끝난일도 있고, 생각만큼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도 있지만, 지금 생각하면 모두 내인생에 좋은 밑거름이 되었다.

 

앞에서 이렇게 장황하게 이야기한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작년 좋은 일이 있던 나를 축하해 주려고 동고동락한 선배님께서 선물해 주셨던 소중한 꽃(내 인생 최초로 받은 화분선물)

이렇게 예쁜 꽃을 선물로 받았다. 물론 멋진 문구와 함께(문구는 개인적인 내용이 있어서 수정했어요^^)

정말 정성스럽게 내가 아닌 와이프가 관리했다. 1~2주에 한번 물을 흠뻑 주라는 꽃집 사장님의 말씀대로

정성껏 물도 주고 해도 보게 하며 정성을 다했다.

(나한테 그런 정성을 보였으면 난 더 잘 늙었을까? ㅎㅎ)

 

잘 자라고 새로운 잎도 나던 아이가 조금씩 이상해 지기 시작했다.

약간 기운없어 보이고, 자신감 넘치던 잎이 시들시들하기 시작했다.

'왜 이러지? 날이 더워서 그런가? 비올때 좀 밖에 내놔야 하나?'

사실 우리집에서 장수한 생명체는 없다.

거북이, 소라게, 풀, 나무, 곤충 

아내는 마이너스의 손을 가지고 있다. 

곱디 고운(?) 그 손으로 하나씩 떠나 보내고 화분 두개가 남았다.

 

하나는 사진의 꽃과 또 하나는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이사왔을때 선물받은 여인초이다.

(50cm에 불과하던 여인초는 지금 2년만에 3미터가 넘었다. 이 아이는 사막에 가져다 놓아도 잘 자랄꺼 같다.)

다 떠나가고 두개만 남으니 두개라도 잘 키워보자는 생각만 남았었다.

 

그런데 어느날 내 인생 첫번째 화분선물인 예쁜 아이에게 물을 주고 줄기를 만져보는데 줄기가 뚝하고 끝어졌다.

화분에서 뽑힌것이 아니라 썩은나무 부러지듯 뚝 부러져 나왔다.

나는 아무짓도 안했는데, 줄기가 그냥 뚝 끊어졌다.

아내가 좀 의심되긴 하는데, 두 눈을 크게 뜨고 도리짓을 하니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화분의 흙에서 줄기가 시작되는 그 부분이 썩어서 끊어진 것이였다. 아... 얘도 갔구나 갔어...

굉장히 허탈했다.

내가 좋아한다고 내가 잘해준다고 모든것이 내 뜻대로 되지는 않는구나...

 

그렇게 망연자실한 마음으로 아이와 작별인사를 하고 있었는데,

불연듯 얼마전 떠나보냈던 열대어 어항이 눈앞에 들어왔다.

 

그냥 저기다 물받아서 넣어놓기라도 해볼까?라는 생각에 어항에 물을 받아서 그냥 꽂아두었다. 

난 무언가를 키우는데 큰 관심이 없다. 그것은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같이 동고동락하는 동료에게 집중하는 것 만으로도 에너지는 부족하다.

그런데 거기다 동물과 식물을 추가한다면 생각만 해도 숨이 찬다.

하지만 너무 아쉬웠다. 사실 많은 관심을 주지는 못하고 바라만 봤던것이 미안했다. 내가 보고 싶을때 관심있을때만 바라 봤던게 전부인거 같았다. 

며칠이나 지났을까?

나의 마음이 하늘을 감동시킨것인지 아니면 생명이 끈질긴 것인지 물 속에 넣어두었던 줄기에서 뿌리가 나기 시작했다.

벌써 뿌리가 많이 자라서 나왔다

 

뿌리가 꽤 많이 자랐다. 가운데 사진을 보면 새로운 뿌리가 또 나오고 있다.

희망이 보였다. 매일 관심을 갖고 물도 갈아주면서 뿌리가 자라는 것을 확인했다. 뿌리가 좀 더 나오면 다시 화분에 잘 심어야 겠다는 나만의 목표도 생겼다. 이렇게 하루하루 관찰하면서 다시 화분으로 돌아가 멋지게 재기할 날을 고대하고 있었다.

오늘은 사진에서와 같이 뿌리가 어느정도 자라난 것을 확인하고 다시 화분에 옮겨 심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다시 화분을 찾으러 갔다. 당연히 썩은 줄기와 흙만 남아있던 그 화분을 말이다. 와이프가 버리려 했던 것을 잘 두었는데 와이프는 그 화분에 작은 일회용 플라스틱 화분도 올려두었었다. 버릴려고 놔둔 일회용 플라스틱 화분을 말이다.

이사람은 이 꽃을 포기했던거 같다 언제 이것들을 버리나 하고 기다렸던거 같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화분에 남아있던 썩어서 끊어졌던 뿌리와 연결되어 있던 썩은 줄기에서 새로운 순이 자라고 있었다. 사실 한달가량 지켜봤는데 새순이 나는것을 보지 못했다. '아 정말 죽었구나'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베란다에 그냥 방치되어 있던 화분에서 오늘 보니 새순이 벌써 많이 자라서 나와 있었다. 

방치되어 있던 화분을 확인해 보니 써프라이즈~~

나의 계획은 완전 실패했다.

뿌리가 나면 살아남은 줄기를 다시 화분에 심어주려던 그 계획이 실패했다.

 

내인생 선물로 받은 첫번째 꽃은 이렇게 두개로 늘어났다. 

만약 내가 줄기가 썩어서 떨어져 나왔던 줄기를 너무도 쉽게 쓰레기 통에 버렸다면,

화분에 있던 흙도 그냥 버려버렸다면,

내 인생 첫번째 선물은 그냥 그렇게 쓰레기로 그냥 흙더미로 버려져 사라졌을 것이다.

 

우리의 인생도 그러하다.

살다보면 생각했던 대로, 내가 노력과 사랑을 쏟아부은대로 흘러가지 않을때가 있다.

우리는 낙담하고 풀이 죽어 몸과 마음이 병들어 가는걸 모를때가 있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한건 그건 어쩌면 이 꽃처럼 또 다른 내 경험이, 인생이 늘어날 수 있는 기회인지 모른다.

잘 나가던 사업이 망하고,

순항해 가던 배에 태풍이 몰아치고,

많은 시련으로 인생이 끝난거 같은 상황이 닥쳐도 그것이 끝이 아니다.

또다른 내가 생겨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지 모른다.

힘들지만, 버티고 이겨낸다면 난 또하나의 나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인간은 파멸될지언정 패배할 수 없다.'

-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中-